전체 글13 왜 땅콩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어요? 저희 가정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5세 수캐 땅콩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느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땅콩이의 중성화 수술에 대해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땅콩이처럼 예민한 개에게는 중성화 수술이 도움이 된다는 훈련사의 조언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건강 염려(호르몬・체중 변화 등)와 동물의 자기 결정권 때문이었습니다. 중성화는 수의학 용어로 'de-sexing'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성별을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람의 생식기 일부를 제거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끔찍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수술일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 2024. 12. 18. 30대 맞벌이의 제주 이주기: 제주 이주부터 정착까지 제주에 내려오기 전, 아내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10년 넘게 줄곧 일한 아내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여건상 아내는 가계를 지원해야 했기에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유롭게 살지 못했습니다. 그와 달리 저는 대학 동기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 대학을 5년이나 더 다니면서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래서 늘 아내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가끔씩 아내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이유는 그런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말들이 공기 중에 흩어지는 무책임한 소리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말하며 안쓰러움을 누그러뜨렸습니다. 그러나 순간의 진심 어린 말들과 달리 이제 막 사회에 적응하던 저는 아내에게 가계를 책임지겠.. 2024. 12. 17. 평상심(平常心) 2024년 12월 12~13일,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도내 기업협회 공동 컨퍼런스 및 5주년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12일에는 제주스타트업협회부터 벤처기업협회 제주지회, 제주스타기업협회 등이 모여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선배 기수의 강연과 도내 기업협회의 발제를 들었습니다. 13일에도 제주더큰내일센터 5주년 컨퍼런스에 참가하며 선배 기수가 창업한 기업 등의 사례를 들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틀 동안 와디즈에 펀딩을 준비 중인 스코비(발효균)로 대체육 반려동물 간식을 제조한 스코비아일래드 K 대표님의 강연을 듣기도 했습니다. 짧게나마 펀딩을 위한 제품 기획부터 제조, 제품 디자인, 패키징의 과정에 대해 들었습니다. 시제품 생산부터 양산화까지 차곡차곡 준비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13일에.. 2024. 12. 16. 제품인가, 작품인가 αὐτοῦ γάρ ἐσμεν ποίημα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LG에서 엑스캔버스(XCanvas)라는 이름으로 TV가 출시된 적이 있습니다. 2010년까지 사용된 TV 브랜드이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좋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제 기억 속에 엑스캔버스는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삼성 PAVV도 그에 못잖게 좋은 TV브랜드였지만, 제 기억 속에 엑스캔버스 TV는 명품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희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은 자주 소비되고 버려지는 게 많습니다. 쉽게 닳아 해지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1만 원에 구입했던 티셔츠는 1년도 되지 않아 목이 늘어나서 못 입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 버리지 않고 입는 브랜드 티셔츠도 .. 2024. 12. 13. 가장 중요한 건(ουσία) 눈에 보이지 않아.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북쪽 계곡에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상신마을에는 은사님이신 J 교수님이 살고 계십니다. 정년은퇴까지 J 교수님은 학자로서의 업(業)에 진지하셨고, 은퇴 이후에도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며 기획자와 편집자, 번역가로서 충실하게 살고 계십니다. 교수님 댁에 방문할 때마다 직접 로스팅해서 내려주시는 커피는 고소한 풍미와 향긋한 냄새가 일품이었습니다. 한 모금의 커피를 삼킬 때마다 콧구멍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향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된 도서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각국 언어로 번역된 도서전을 열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러시면서 제게 그리스어 역본의 일부를 보여주셨습니다. 한참이나 지.. 2024. 12. 12.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따금씩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내두고 묻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정호승 시인의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의 일부분입니다. 익숙한 질문인데도 늘 제대로 답할 수가 없어 우물쭈물 대고는 합니다. 한동안 이 말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고서 곱씹고는 했습니다만, 시원하게 대답 한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주, 친정으로 가는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자기는 내 말을 왜 이렇게 자주 끊어? 그럴 때마다 기분 나쁜데 몇 번이나 참고는 해. 정말 안 좋은 습관이야." 가끔 반려견 땅콩이도 무언(無言)의 눈빛으로 나무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는 왜 네 생각만 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야?" 그럴 때면 부끄러운 마음에 어깨가 쪼그라듭니다. 누군.. 2024. 12. 11. 이전 1 2 3 다음